가스 검침표와 인간의 언어 표현

• 검침의 뜻

'검침'은 무슨 뜻인가요?

檢 검사할 검

針 바늘 침

'바늘'은 계량기를 가리키는 것이니, 계량기를 검사한다는 것입니다. 

수돗물, 전기, 가스 등의 계량기를 검사해서 내야 할 돈이 얼마인지 매깁니다. 

일본과 사용법이 같습니다. 일본식 한자는 検針.

중국어로는 초표(抄表/ chao1 biao3).

抄表뽑을 초/ 겉 표: 抄는 뽑아 기록한다, 베낀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表는 시계 혹은 계량기의 뜻이 있습니다.

• 인간의 언어표현

가만히 살펴보다가 느낀 바가 있어서 찍어두었던 사진입니다.

대만의 도시가스 검침표인데, 각 주거지 가구별로 스스로 확인하고 기한에 맞춰 적어두면 도시가스회사에서 나와 떼어갑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네 집에서 가스사용량 도수를 적긴 적었는데, 모두 다른 형식으로 적었습니다. 한 집은 4자리, 한 집은 5자리, 한 집은 6자리, 한 집은 소수점까지 찍었습니다... 아직 적지 않은 집은 인터넷 홈페이지나 앱을 이용해 신고했을 수도 있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하는 이 과도기적 시대의 한 단상입니다.

원래 계량기에는 총 6자리의 숫자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왼쪽의 0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에 0 하나를 덜 적거나 안 적어도 가스비가 나오는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맨 위를 보면, "귀 가정의 가스계량기 유리면 안의 모든 숫자를 아래 표에 적어주세요. (貴戶瓦斯表玻璃框內所有數字（由左至右含0）全部填寫於下表)"라고 씌여있습니다. 또한 괄호 안에는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숫자 0을 포함하여' 라고 친절하게 부가설명이 들어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소박하게 살아가는 평상의 생활 속 풍경인 이것을 보고 새삼 느낀 바는 어느 곳이건 어느 나라 말이건 이해하는 정도가 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사람의 말로 하는 것인 이상, 자로 잰듯한 법과 규정이 있는 곳에서도 기계가 한 것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실수'일까요? 아니면 '귀여운 창의성'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