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단어] 我行我素 ( 아행아소 )와 海報 ( 해보 )




외국어 공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문득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초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학부시절 여느 중국어 학도들처럼 몇 가지 회화 책을 끼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 책에 딸린 테잎으로 단어와 문장을 따라 익혔습니다.

복학 후에는 감사하게도 기회를 얻어 중국으로 언어연수를 갔습니다. 이 때 배운 두 단어 ‘我行我素아행아소’와 ‘海報해보’는 저의 열심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고, 다른 이들에게 적극 소개하고픈 공부법이기도 합니다.

1. 我行我素
어떻게 하면 좀 더 다양하게 깊게 배울 수 있을까? 당시 난 교과서에 나오는 것들을 뛰어넘기 위해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조차 눈여겨 보던 참이었습니다. 하루는 어느 이발소 앞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데, ‘我行我素’라는 말이 적혀 있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뜻일까? ‘我行’은 대충 알겠는데, ‘我素’는 도대체... 내 어휘량에 그런 단어가 있을리 없었습니다. 당연히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도 없었습니다. 한참을 고생하여 드디어 그 뜻을 알아 내었습니다. 내 방식대로 한다는 자유분방함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素’에는 원래, 평소라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전단지는 무료 책자입니다. 팔만 내뻗고, 눈길 한 번만 주면 최소한 새로운 단어 하나쯤은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경제적인 공부입니까.

2. 海報
중국 현지 어학코스를 다니며 한 단계 높여 고급반에 몸을 담글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저녁이면 야시장에 가서 사지도 않을 물건을 가리키며 상인들을 괴롭혔습니다. 친절한 그 분들 덕에 많이도 배웠습니다. 이 외에도, 아침에 신문을 사는 버릇을 들여보았습니다. 당시 신문 한 부 값이 5마오(당시 한화 약 100원)였기 때문에 사는데는 경제적 부담이 없었고, 보지는 않고 사는 것만으로도 뭔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 교과서에 나오는 말들과 현격하게 차이가 있는 글자들을 읽을만한 수준이 안되는 까막눈인데도 불구하고 그 느낌이 좋아 사버릇했습니다. 어느날 영화를 소개하는 어느 부분에서 ‘海報’라는 글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게 무엇일까? 나중에서야 포스터라는 뜻임을 알고 퍽 신기했습니다. 왜 하필 ‘海’일까? 근대에 상해(上海)에서 소식지 우편물같은 것들이 유행하기 시작하여 그런 종류의 것들은 ‘海’자를 붙여 불리게 되었다는 설 하나. 또, 전문 연극꾼으로 나서는 것을 ‘下海’라고 하는데 그 붙이는 벽보를 그리 불렀다는 설 둘. 마지막으로, 그림이 들어있는 월간 잡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설 셋.

아무튼 5마오를 들여 최소한 단어 한 개 이상을 배울 수 있으니 이 또한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경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흡수하는 것이 외국어학습의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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