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은 물어(物語)에서 물어(勿語) 로


  •  "餐桌勿語"(찬탁물어), "用餐勿語"(용찬물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고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마스크로 가리고, 가까이 가지 않고, 악수도 꺼리는 그런 상황입니다. 
사람 많은 곳이나 주의가 필요한 곳에서는 말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대만의 공공장소, 특히 편의점이나 학교식당에서는 "餐桌勿語"(찬탁물어), "用餐勿語"(용찬물어) 등의 표어가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만의 편의점에 붙은 공고문

"식탁에서 말하지 않습니다", "식사시에 말하지 마십시오"  라는 뜻입니다. 

여기도 '물어', 저기도 '물어', 세상은 온통 '물어'(勿語) 중입니다.
그냥 묻지 말고 '물어勿語' 해야 할 것 같습니다.



 ‘勿’(말 물/ '말'은 하지 말다, 하지 말아라의 '말')은 중문환경에서 서면어로 자주 쓰이는 글자입니다. 이 한자의 대표적인 뜻이, "말다"의 뜻이므로 대체로 "하지 마라"는 경고문구에 자주 사용됩니다. 몇 가지 예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請勿抽煙(청물추연) 담배 피우지 마시오
請勿停車(청물정차) 주차하지 마시오
請勿逗留(청물두류) 머물러있지 마시오
請勿打擾(청물타요) 방해하지 마시오
請勿拍照(청물박조) 사진 찍지 마시오

이처럼 '請勿-'(청물: '~마시오')를 붙인 조합으로 네 글자 상용문구들이 많습니다. 
물론, ‘禁止吸煙’(금지흡연) 처럼 앞에 '禁止'(금지)를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청물'은 명령체로 쓰인 것이고, '금지'는 평서체로 쓰인 차이입니다. 

한편, 일본어에서 쓰이는 '物語'(물어/ 모노가타리)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산문 작품들을 총칭하는 문학 체제의 하나였으나, '이야기하다' 혹은 '이야기'라는 뜻으로 각종 작품 이름에 넓게 사용되는 말입니다.
아래는 일본 문학사에서 중요한 몇 가지 작품의 명칭입니다.    

竹取物語(죽취물어) 타케토리 모노가타리
宇津保物語(우진보물어) 우츠호 모노가타리
伊勢物語(이세물어) 이세 모노가타리
大和物語(대화물어) 야마토 모노가타리
源氏語物(원씨물어) 겐지 모노가타리


종합하자면, 
物語물어는 말하는 것이고, 
勿語물어는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말이 없게 되면 조선시대 양반들이 좋아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잠시 두 번째 물어(勿語)로 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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