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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 6. 15. 경향신문, 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
世界盃와 世界杯 — 같은 월드컵, 다른 한자
4년마다 전 세계를 축구 열기로 물들이는 '월드컵'. 그런데 이 단어를 중문으로 표기할 때 컵이라는 단어에서 두 가지 다른 한자를 씁니다. 바로 世界盃와 世界杯입니다. 앞의 두 글자는 똑같이 '세계'를 뜻하는 世界인데, 마지막 글자만 盃냐 杯냐로 갈립니다. 위의 1989년 한국의 어느 일간지 소식에서 보이듯 한국에서는 줄곧 盃자가 쓰였습니다. 대통령盃, 회장盃, 무슨 盃, 무슨 盃...... 내 배, 니 배??? ☄
盃와 杯은 '이체자' 관계
盃와 杯은 둘 다 '잔, 그릇'을 뜻하는 글자로, 훈과 음이 완전히 같습니다. 한국어로는 둘 다 '잔 배(杯/盃)'로 읽히고, 중국어 표준어로도 둘 다 bēi로 발음됩니다.
두 글자는 부수의 위치만 다릅니다.
- 杯: 木(나무 목) + 不 — 나무로 만든 잔이라는 본래 형태
- 盃: 不 + 皿(그릇 명) — 그릇이라는 의미 요소를 강조한 형태
즉 盃는 杯의 이체자(異體字)로, 뜻과 발음이 같은 '다른 표기 방식'일 뿐 별개의 글자가 아닙니다. 盃가 번체, 杯가 간체인 관계가 아닙니다. 둘 다 정자(正字)로 쓰일 수 있는 글자이고, 실제로 어느 쪽을 표준으로 삼는지는 지역마다 다릅니다.
지역별 사용 양상
- 중국 대륙: 世界杯를 표준 표기로 사용합니다. 杯는 상용한자 목록에서 대표자로 채택되어 있어, 일상적으로 이 글자가 훨씬 널리 쓰입니다.
- 대만·홍콩: 世界盃 표기가 일반적입니다. 世界盃도 있고 世界杯라고 쓰는 사람도 있어 모두 World Cup을 가리키지만 번체자 문화권에서는 盃 쪽이 관용적으로 더 많이 쓰입니다.
- 한국: 일상적으로는 '월드컵'이라는 외래어 표기를 쓰지만, 윗 신문기사에서처럼 한자로 병기할 때는 世界盃로 적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일본: 가타카나로 ワールドカップ(와루도캇뿌)라고 적거나 한자가 포함된 W杯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실제 대만·홍콩 언론 기사를 보면 世界盃라는 표기가 많이 쓰이는 가운데에서도 종종 世界杯라는 표기가 섞여 등장합니다. 이는 두 글자가 이체자 관계이기 때문에 혼용이 크게 어색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결국 世界盃와 世界杯의 차이는 '다른 단어'가 아니라 같은 단어를 표기하는 지역적 관습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盃와 杯이 이체자 관계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왜 같은 대회를 두고 한자문화권 안에서도 표기가 갈리는지 자연스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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